호치민에서 스즈키컵 보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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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광장의 모습을 보인 앞선 포스팅(링크)에 이어 경기모습과 우승 장면 그리고 경기를 마친 뒤의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포스팅. 


경기 시작 15분 전. 아직까지도 광장에 사람이 꽉 차지 않고 여유가 조금 있었다. 특히 광장 양 옆에는 경기가 곧 시작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유가 약간은 있었다.


호텔이 정말 광장 코 앞이었고, 운이 좋아 방에서 전광판이 바로 보이는 상황이라 전반전은 방에서 봤다. 방 발코니에 나가 앉아서 축구를 봤는데 전망 좋은 곳에서 영화보는 느낌이었다. 경기가 막 시작할때의 사진으로 시작하는 순간의 함성소리는 진짜 대단했다.


우리 응원과 조금 다른건 특정 메인 무대나 단상에서 응원을 리딩하는 사람 없이 각각 소리를 외치는게 조금 다른 점이었다. 사실 각각 응원을 한다기보다 그냥 환호와 부부젤라를 엄청 부는 수준. 수 많은 부부젤라 덕분에 귀가 얼얼할 정도였다. 경기가 시작하자 광장 옆 작은 도로까지 사람들이 모였다.


전반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베트남의 골. 환호성이 정말 대단했다. 우리 월드컵때 광장이나 경기장에 가서 응원하고 소리지른 경험이 있지만 또 한발짝 위에서 보는 느낌은 달랐다.


말레이시아에서 1차전을 봤을땐 베트남을 응원했는데 또 막상 호치민에와서 2차전을 보니 그래도 내가 꽤 오래 여행을 하며 머무른 국가가 너무 일방적으로 밀리는 느낌이라 말레이가 잘하길 바라기도 했다. 전반전의 경기는 홈의 응원 열기와 흥분에 경기는 잘했지만 베트남이 조금은 거친 경기를 펼친것 같다. 옐로카드가 전반에 꽤 나올정도로 거칠었는데 여기서 재밌었던건 베트남의 거친 반칙 장면과 선수가 심판에서 몸으로 밀치며 거칠게 항의하는 장면의 리플레이는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어 버리고 말레이가 베트남에게 반칙을 하는 장면은 계속 보여주는 점이었다.


전반이 끝나고 가까이서 열기를 느끼고자 바로 아래로 내려갔다. 광장과 바로 접해있는 호텔이다보니 호텔 직원분들이 문을 꽉 잡고 투숙객만 가려서 받고 있었다. 아무래도 열기가 너무 고조되면 치안에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 그런것 같다. 내려간 광장은 정말 너무나 많은 사람들 때문에 자리를 잡을 수 없었고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자리를 찾아보다 시야 확보가 어려워 다시 방으로 올라갔다.


후반에 초반을 제외하곤 안정적인 경기를 펼친 베트남은 자연스레 승리를 하였고 스즈키컵을 들어올렸다.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 베트남 사람들이 다 기립해서 응원을 하기 시작했고, 함성소리와 부부젤라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그러다 중간중간 홍염이 터졌고 분위기가 더 끓어올랐다. 경기가 종료되자 사람들은 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지켜보는 우리도 덩달아 들떴다.


우승을 하자 베트남 국기가 더 많이 올라갔다. 사람들은 광장에 남아 우승 세레모니를 지켜봤고 이 장면을 보며 나와 L은 진정한 승자는 스즈키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우승-준우승 팀의 상금도 적고 mvp에게 주는 우승 상금도 적다 생각이 들었다. 스즈키라는 큰 회사가 동남아에서 파는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생각하면 상금 수준이 꽤 작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작은 금액으로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린다는 이야기를 했다. 두달가량 펼쳐진 대회에 또 관련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생중계를 하고 기사로 계속 나올 정도니 홍보효과가 어마어마 할거란 이야기를 나눴다.


진정한 승자는 베트남이 아닌 스즈키.


결승전 경기가 끝나고 우리는 호텔뒤에 있는 거리로 갔다.


광장에는 정리때문에 사람이 빠졌고 그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싶어 갔는데 정말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국기를 들고 부부젤라를 불며 행진을 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의 오토바이를 봤고 그 숫자 때문에 오토바이들이 쉽게 나아가지 못했는데 그 시끄럽고 정신없는 장면이 피곤하면서 너무나 즐거웠다. 월드컵 우승한 분위기라해도 믿을것 같다. 2년 주기의 동남아 국가만 참가하는 대회 우승에 이런 분위기이니 월드컵 진출이라도 하면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이 안간다.


술에 취해서 즐거워 하는 외국인도 보인다.


이런 행렬이 광장 주변으로 계속(아마도 호치민 시내 대부분에서도?)이어졌는데, 광장 한가운데 호텔이 있어서 그런지 새벽에 자다 깼을때도 부부젤라와 행진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동이 거의 텄을때도 호텔 바로 아래 길에서 부부젤라를 부는 오토바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나 신기했던건 흥분과 여운 때문인지 광장에 남은 사람들도 꽤 있었고 일부는 광장에서 그냥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열명 정도 베트남 젊은 남녀들이 둥글게 앉아서 계속 이야기 하며 노는 모습을 방에서 보고 새벽 3~4시쯤 중간에 깨서 창밖을 내려보니 그들이 안가고 그냥 광장에 누워서 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새벽에도 있었고 호텔 뒷편에는 그 시간에도 부부젤라 소리가 들렸다. 


오토바이 행진이 있는 거리에서 호텔을 가기 위해 광장쪽으로 들어가며 찍은 사진.


광장에 돌아오니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나 조용했던 말레이시아와 너무나도 열정적인 베트남.

멀리 떨어진 국가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 수 있는지 문화와 인종이 가지는 차이를 다시 한번 느꼈고 운이 좋아 이런 극과극의 경험을 둘 다 해볼 수 있었던것 같다. 어쩌면 다른 동남아 국가 대부분 반응은 말레이시아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동남아시아 국가만 나오고 2년마다 자주 열리는 컵 대회니..)


베트남 호치민에서 본 스즈키컵 결승 2차전 이전 포스팅(링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본 스즈키컵 결승 1차전 후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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