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인도영화 보기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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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영화를 현지에서 보는게 내 작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인도여행을 하며 그걸 시도하지 못했었다.


쿠알라룸푸르에 몇달 있으며 극장에서 다섯편 정도 영화를 본 것 같은데, 현지 영화는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마침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이기도 하고 인도 사람들도 하나의 큰 구성원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힌디무비도 많이 개봉을 한다.

심심해서 영화를 찾아보다 발리우드 영화가 상영중에 있어 내용을 몰라도 눈으로라도 보자는 심정으로 KLCC로 갔다.


2.0 이라는 발리우드 영화였는데 언어가 힌디와 타밀어 두 종류로 상영이 되고 있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면 힌디의 경우 인도 북부의 언어고 타밀의 경우 인도 남쪽에서 쓰는 언어라 한다.

싱가폴이나 말레이의 인도계 사람들은 인도 남부에서 넘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타밀을 쓰는 경우가 더 많은데(싱가폴의 공용어 중 하나가 타밀어라 한다),

그래서 하루에 힌디어로 더빙이 된 영화가 두편 상영한다면 타밀어의 경우 훨씬 더 많이 상영을 하는걸 볼 수 있었다.(영화 자체도 타밀어로 제작)


일반 영화의 경우 20링깃 정도로 한국과 비교를 하면 꽤 저렴하다.

아무튼 발권을 하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보다가 여차하면 그냥 나올 생각이었는데 영어 자막이 나와 한결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새를 좋아하는 조류학자가 늘어나는 통신사들의 전파와 통신탑의 전파로 인해 새들이 점점 죽고 살곳을 잃어, 핸드폰 사용을 줄이고 통신탑을 줄이자고 주장을 한다. 그 주장이 계속 묵살당하자 좌절을 하고 스스로 안좋은 선택을 하게 된다. 안좋은 선택을 하며 그 사람의 부정적인 기운이 전파와 만나 나쁜 의도를 띄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


인도 첸나이를 배경으로 하는데 사람들의 핸드폰이 갑자기 다 사라지게 된다.

그 핸드폰들이 각각 의지를 지닌것처럼 움직이고 뭉쳐서 사람들을 죽인다는 내용이다.

그 핸드폰들이 모여 새모양으로 날아다니는데, 맨 위 영화 포스터에 보면 나오는 괴물의 발은 새이며 자세히 보면 새가 아니라 스마트폰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이루어진 형상이다.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 인도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를 보며 인상깊거나 독특했던걸 정리하면


1.

슬로우 모션이 정말 많이 나왔다.

우리나라 티비 프로그램 중 재연하는 프르그램을 보면 유독 슬로우 모션이 잦은데, 영화에도 슬로우 모션이 꽤 많이 나왔다.

미리 의도해서 프레임을 확보하고 고속으로 찍어 늘린게 아닌 그냥 찍고 편집하며 슬로우로 늘어뜨린것처럼 굉장히 중간중간 프레임이 정말 심하게 떨어질때가 많았다. 역동적인 장면도 아니고 무언가 인상깊은 장면이 아닌 그냥 배경이 되는 사람들이 겪는 행동에도 슬로우 모션이 나왔는데 연출방식이 꽤 올드하다 느꼈다.



2.

사람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인건비가 저렴해서 그런지 엑스트라가 꽤 많이 나오고 중간중간 잠깐 나오는 컷들의 배경이 과할 정도로 공들여진 곳들이 나왔다.

하지만 연출이 꽤 올드해서 나머지 부분이 아쉬운 느낌.



3.

주인공이 후덕하다.

조금 실례가 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외모 비하가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영웅의 이미지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다르다는 부분을 말하고 싶다.

로봇이 나와서 악당과 대립하는 간단한 구도인데, 그 로봇이 꽤나 후덕한 느낌이다. 어쩌면 아이언맨 등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웅이나 로봇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과 달라 이런 부분이 내게 더 도드라졌을 수도 있다 생각한다.



4.

CG가 어마어마 하다.

인도영화 하면 이제 떠오르는건 꽤나 독특한 설정과 뛰어난 CG라 보는데 이 영화의 CG수준은 굉장히 높은 편.

수백만개의 스마트폰들이 모여서 새모양을 하고 움직이고 날고 공격하는 모습이 정말 어색하지 않게 표현이 되었다.

오히려 연출과 연기하는 사람이 CG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


사람 형태를 한 로봇이 등장하는데, 움직임은 윙윙 소리를 내며 절제된 움직임을 보이지만 악당 새와 싸우며 힘에 부칠땐 사람처럼 가끔 얼굴을 찡그리며 감정을 표현하다. 약간은 허술한듯 하면서 이런 연출이 참 재밌게 다가왔다. 인도사람들에겐 어쩌면 아주 디테일한 부분들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정리를 하면 영화의 완성도적인 부분으로 보면 개인적으로는 꽤 부족하다 보지만,

그래도 인도 특유의 익살과 허술함 그리고 또 이 부분과 반대되는 수준의 높은 CG 퀄리티가 인상적인 영화였다.

중간중간 군무는 나오지 않았고 영화 말미에 춤추고 노래가 나오는 장면도 재밋었다.


참고로, 인도 영화 제작비 기록을 세울정도로 자본이 많이 들어간 영화였고 그래서 그런지 노골적인 PPL이 꽤 많이 나왔다.

처음에는 반 장난처럼 가볍게 봤지만 간접적으로 나마 인도의 모습을 접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예고편이 꽤 인상깊으니 한번 보는걸 추천!





CG가 어마어마 했던 인도 블록버스터


주관적평점 - ★★

상영시간 - 147분

관람정보 - KLCC TGV, 11월 30일 15시 영화

언어 - 타밀어

참고1 - 인도 문화권에서는 지금 열풍인 영화

참고2 - 전작인 <Robot>의 후속작 격인 영화라고 한다. 그래서 2.0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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