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카포트 커피 전문점(믹스카페)

/mix kaffee

Mix Kaffee에 갔던 날은 다양한 감정을 느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하루로 기억한다. 당시 절반은 여행자로 절반은 프리랜서로 보내는 시간이 6개월 정도가 되어 얼마 뒤 L을 남겨두고 내가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것들을 시도도 하고 꽤 열심히 작업도 했었다. 하지만 반년 전 출국하며 생각했던 것들을 이루지 못하고 중간 중간 결과가 있기도 했지만 크게 만족스럽지 못했고 시간은 많이 보냈는데 나아지기는 커녕 더 나빠지는 경제사정까지 거기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겹쳐 정신적으로 참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3일 뒤에 한국으로 가는데 가보지 않은 가까운 곳을 찾아보다 치앙마이 올드타운 서문 근처에 있는 카페를 찾아 가보기로 했고 내 여유 없음이 예민하게 표출되어 괜히 L에게 짜증을 부리며 카페로 갔다. 별로인 기분으로 찾아간 카페는 그전에 자주 다니던 치앙마이에 많은 세련된 카페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라 기대까지 줄어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입구로 생각없이 걷는다면 카페가 있는지 모르고 지나갈 것 같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감정이 달랐는데 외관에 실망하며 들어간 나는 새로운 경험에 만족했고 짜증과 약간의 미움으로 찬 마음은 창피함과 미안함으로 바뀌어 나왔다.


카페 내부는 굉장히 협소한 편으로 오픈(오전 10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했는데 이미 사람들이 있었다. 두명씩 세테이블 정도면 내부가 다 찬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활용하거나 드립으로 내려주는 대부분의 치앙마이 카페와 달리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려주는 큰 차이가 있는 곳이었다. 집에 모카포트를 두 개나 가지고 있지만 카페에서 모카포트로 내려주는 건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신선하고 신기했다. 거기에 주인인 바리스타분이 커피를 대하는 방식과 친절함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유튜브 목적..?? 어떤 여행자는 커피 내리는 걸 굉장히 열심히 찍고 남겼다.


주문을 하면 원두를 직접 갈고 그 원두를 이용해 커피를 내려주신다. 기계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하나 설명도 해주시며 커피를 내리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리는 편. 그래도 좋다.


조금 신기했던 건 모카포트 뚜껑을 열고 커피를 끓이는 부분이었다. 집에서 1~2인용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릴 때 뚜껑을 열면 커피가 모카포트 밖으로 쏟아져 나왔는데 모카포트 종류가 다르거나 크기가 커서 흘러 넘치는 모습은 없었다. 


일반 따뜻한 커피와 함께 사장님이 카푸치노를 추천하셔서 카푸치노를 주문. 카푸치노의 경우 우유거품을 국자로 올려주신다.


에스프레소 베이스로 만든 커피들과는 또 다른 맛이다. 집에서 모카포트를 이용하면 그냥 쓰고 진한 맛만 나는데 원두와 함께 내리는 방식이 달라 훨씬 다양한 향과 맛이 난다.


맨 위에 있는 사진의 메뉴를 잘 보면 Original Japan coffee라 쓰여있다. 보통 동남아 유명 카페들은 호주에서 배우거나 영향을 받은 곳들이 대부분인데 일본..? 이 카페의 특별함은 사장님이 가진 이야기에 있는 것 같다. 사장님은 일본인과 결혼을 하였으며 커피는 와이프분의 할머니(외할머니?)께 일본에서 배운 일본 스타일의 커피였던 것이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하면 원래는 태국에서 티비에 나오는 방송인이었는데 카페를 차리게 되었고 유명세로 처음에는 사람이 찾았지만 점점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게되고 새로운 마음으로 일본으로 가 커피를 배우고 다시 시작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다(치앙마이 카페와 관련한 책인데 치앙마이 한달살기 하는 사람들은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사장님의 커피를 대하는 태도나 분위기에서 좋은 커피를 잘 대접하려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는데 아마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느껴서 카페가 많은 치앙마이에서도 정말 좋은 평가만 가득한 곳이 된게 아닐까 싶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바리스타 테이블 앞에 똭!!! 놓여있는 원두. 이때는 그냥 작은 곳에서 수상한 원두라 생각했는데 포스팅하며 찾아보니 C.O.E(Cup of Excellence) 라는 최고 커피 원두에 부여되는 명칭이었다. 10여개의 커피 생산국이 참여하는데 우리가 만난 원두는 니카과라의 C.O.E를 수상한 원두였다. 호기심이 동한 L은 이 커피를 주문했다.


딱 작은 용량의 한 잔이 나온다. 사실 이때는 이 작은 한잔에 500바트(약 2만원)가 과하다 생각을 했는데(이미 커피도 마셨고..) 포스팅하며 지금 돌아보니 좋은 원두이기도 하고, 일본 마루야마 커피에서 태국 치앙마이까지 수입도 해와야 하는 등 이해가 충분히 간다.


확실히 더욱 더 다양하고 많은 향과 맛이 났다. 지금 아니면 못 마실 것 같은 상황이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내 여유 없던 마음과 생각 여기에 L에 대한 미안함이 겹쳐 창피함으로 떠올라 포스팅을 못하고 꽤 미뤄두었던 장소.

불편한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장소가 너무 마음에 들어 나왔던 곳.

3일 남은 일정에 이 장소가 떠올라 다시 찾았지만 문을 닫아 이용할 수 없었던 곳.

(이걸보니 지금 아니면 못 마실 것 같다면 마시고 경험하는게 정답이 아닐까 싶다)



리스트레토와 함께 가장 좋았던 치앙마이 카페


 - 에스프레소와는 다른 맛과 향 ★★★★

가격 - (스페셜 원두를 제외한다면)바리스타가 쓰는 시간과 정성이 미안할 정도 ★★★★

위치 - 올드타운 서문 근처에 있다  ★★★★

참고 -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하며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자리가 협소하니 미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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